“수고하셨습니다.”
사무실을 나서는 발걸음은 가볍다. 벌써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 시커멓게 물든 하늘에는 별이 없다.
빛 공해 덕분에 도시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던가. 구름과 달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 하늘 위를 괜히 올려다보고 있자면, 반짝이는 점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비행기다. 아니면 헬기라던가. 하여간에, 날아다니는 물체들. 뭐, UFO만 아니면 상관없나.
그는 이 넓은 우주에서 진실로 외계의 지성체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그것들이 뇌의 기능을 하는 기관이 있다면 이곳을 침략하기보다는 대화를 선두로 들어오리라 여길 뿐. 그래, 싸움은 좋지 않았다. 그것들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면야.
아악!, 이… 자식이!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렸다. 근처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는데. 물론, 비명이나 고함 소리도 곁들여서 말이다. 귀로에 오르려던 발걸음을 돌려 그곳으로 향한다. 이 일련의 행동에 망설임은 없었다. 단지 ‘귀찮은 일’이 생겼다는 듯 죽어가는 눈이 문제일까. 차라리 외계인이었으면 흥미롭기라도 하지, 원.
결국 도달한 곳에는 예상과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동그라져 있는 몇몇과, 널브러진 샛노란 천들. 그리고 맨손이 아니라, 웬 연장을 들고 서 있는 자들 하며… 바닥에는 조금 흩어진 피. 아무래도 시비를 건 것 같았다. 어느 쪽이 먼저였지? 하고 계산해보기도 전에, 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 온다.
“뭐야, 아저씨? 지나갈 거면 얼른 꺼져. 작업 중인거 안 보여?”
“…아, 예.”
일목요연한 상황 정리에 감사를 표하며 그는 대답했다. 그리고 쓰러진 그들에게 다가가 툭툭, 먼지를 털어주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고 거리낌없는 움직임. 오히려 태연하기까지 해서 그들은 잠시 동안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두 명째를 일으켜세우고 옷매무새를 바로잡아주고 있자면 그제서야 고함을 지르는 것이, 어지간히도 멍청한 듯 싶다.
“무시하지 말라고, 이 자식—”
퉁, 콰당! 그리 적절치 못한 소리가 났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던 자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어리둥절하게 자신의 상황을 복기한다. 그다지 시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깔끔하지도 않은 가격음. 텅텅거리며 묵직한 연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하나부사 쥰은 줄곧 들고 있었던 아타셰 케이스—서류가방을 다시 손에 잡으며, 그것의 모서리를 살폈다. 조금 무뎌졌네요. 기절할 만큼은 안 되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이런 걸 함부로 들고 다니시면 안 되죠.”
그는 자켓의 주머니에 들어 있던 황색의 행커치프를 꺼내어 떨어진 연장을 잡아들었다. “사람에게 다짜고짜 휘두르는 것도요.” 그러는 네 서류가방은 그래도 되는 거냐? 같은 반박이 들어왔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변명하시는 주제에 말이 많습니다.
둔탁한 소리가 나며 쓰러진 자의 앞에 연장이 다시금 떨어진다. 주워들라는 것인지 뭔지, 알 수 없는 행동에 그 자는 위를 올려다본다. 정장을 입고 있는 회사원이 하나. 그가 들고 있는 손수건에는 ‘夜’의 자수가 선연히 놓여져 있었다.
“뭐 합니까? 제대로 드세요.”
이어지는 말은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잖아도 퇴근 후 일정이 없었는데…”
제정신은 아니었다.
“간만에 서열정리나 합시다.”
“…그래서요?”
“뒷이야기가 더 필요합니까?”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향해 누군가가 라이터를 켠다. 그가 필터를 빨아들이자 서서히 끝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폐부까지 담배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은 뒤에서야 그의 말은 다시 이어진다.
“학생인 것 같던데, 지장이 가지 않도록 하루 정도로만 했습니다.”
“또 머리만 패신 거죠….”
“….”
말없이 한 모금을 더 빨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뱉으며 짧게 답한다.
“보기 좋잖습니까. 그게.”
함부로 기어오르는 건 그의 성정에 봐줄 만한 것이 아니어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