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살핀다.
여전하다. 남을 놀리기 좋아하고, 괴롭히며, 속된 언어를 사용하는 자.
자신은 그를 신뢰信賴하는가? 잠시 동안 떠올린다.
신뢰란 자고로, 믿음의 한자와 의지의 한자가 합쳐진 것.
믿고 의지한다는 것은 실제 인간에게 있어 가능한 일인가?
하나부사 쥰은 생각한다.
글쎄. 옛 말이 틀린 것도 가끔은 있지.
뢰는 필요치 않았다.
신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것은 그리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타인을 의지하려고만 하다가는 무너지기 마련이니,
자신이 의지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지론에 동의한다.
이는 압박감도, 책임감도 아닌 그저 개인적인 불역지론.
그렇기에 당신의 태도에는 감흥이 없었다.
당신이 내게 무슨 짓을 하든, 그것이 해가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뭐, 건강적으로 해가 되는 일은 있을지언정 말이다.
역시 술을 먹이는 건 적당히 해 주었으면 하는데…
돌아오는 길. 그는 말수가 적었다.
가만히 횟수를 센다. 1초, 2초, 3초.
상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가기 위한 습관이었다.
그러나 굳이 열지 않았다. 이 자는 되려 자신의 침묵을 고깝게 여기고 있었기에,
부러 뻔뻔히 말하던 것의 말수도 적다. 듣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다시 술을 집어들었고,
평소로 되돌아온다.
하나부사 쥰은 눈썹 한 쪽을 올리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렇죠, 같은 도쿄. 째깍.
그래도 나름 같은 화학은 배웠습니다. 물리 기반이지만요. 째깍.
부정적이진 않았습니다. 어차피 대타였고. 째깍.
그렇습니까? 제법 아쉽네요. 만나 봤다면 좋았을 텐데.” 째깍.
똑, 딱. 시계가 흘러간다.
시간이 흘러간다.
당신도 그 날의 시간에 고여 있나?
흐르는 시간을 중독성 있는 유기 화합물로 붙잡은 채 무엇을 하려 하는가.
“그러고 보니 가게는 이제 어쩌실 생각입니까.”
화마가 집어삼킨 것은 당신의 의지인가, 추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