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감각이 뚜렷하다. 날이 붙은 것을 잡고 난 뒤의 감각은 어쩐지 멍해져서,
최근에는 가위조차 손을 대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애초에, ‘그 날’ 이후로는 날붙이를 눈에도 담지 않았더랬다.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되도록이면 이미 조리되었거나 절단되어 있는 반찬을 샀고,
아니라면 동거인이 먼저 수고를 해 주었다. 다행이지.
가끔 피를 묻히는 것이 문제였지만, 금방 닦아내어 주니까.
하나를 참으니 다른 하나를 참기 어려워진다.
먼저 중독되었던 그들이 말하기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런 건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다, 언제 찔린 거지? 아니, 찔린 게 맞나. 그들과 똑같긴 한 건가? 잘 모르겠다. 기억이 나지 않아.
누가 그랬는지도, 알 수 없고. 어쩐지 알아서는 안 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묻지도 않았다.
담배를 들어올려 폐부에 숨을 불어넣는다. 연기가 가득차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걸로 조금 더 진정할 수 있어.
사람을 죽이는 건 싫다. 사람이 죽는 것도 싫다. 사람이 찔리는 것도 싫다. 사람이 쓰러지는 것도 싫다.
피를 흘리는 사람이 싫다. 그러니 평화를 원한다.
아이러니하기도 하지.
정말로,
이상하지.
담배를 땅에 떨어뜨려 밟았다.
붉은 재가 가라앉는다.
찌그러진 연초를 바라본다.
“….”
조금 울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그런 기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