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가 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죠? 물론 당신이 절 구해준 것에 대해서는 깊이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태도가 역시 문제로군요. 사케시 군을 집에 들인 건 분명한 특혜였고 그에 따른 진의를 당신도 파악하시리라 예측했는데 제가 심히 고능한 판단을 당신에게 기대했던 걸까요? 손에서 술병 놓으시고요. 지금 제가 말씀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대화하기로 했잖아요. 저희는 인간이고 소통을 통해서 교류하는 존재죠? 그런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시고 당신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제게 내팽겨두시게 되면 저도 상당히 당혹스럽고 갑갑합니다. 적어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처리하고 정리하겠다고 당당하게 말씀하지 않으셨던가요? 설마 그걸 잊었다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 믿습니다. 당신이 저를 믿지 못할지언정 저는 당신을 믿고 개인적인 공간을 내어 드린 것이니 그 정도의 상호존중은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 방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당신 방은 마저 치우고, 화장실은 분담해서 치우죠. 시킨 것들은 확실하게 정리해두시고, 물품에 대해서는 별 말 않겠지만 그 이상 쓸데없는 것을 더 시키면 저도 골라내어서 반품시키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몇 병 마셨습니까? 제가 막진 않겠지만 그만큼 조절은 해보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오늘도 반응이 꽤 늦으셨죠? 아직 덜 깨신 것을 여기서 더 마시려 든다면 몸에 또 무리가 와서 그대로 곯아떨어지지 않겠습니까? 방금 전에도 눕자마자 주무셨죠? 아무리 젊어서 건강에 무리가 없다지만 언젠가 갑자기 안 좋아지는 게 사람 건강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쓰레기 분류까지만 해 두고 들어가서 쉬십시오. 저녁 먹을 때 다시 부르겠습니다만 그 전까지 방 정리는 확실하게 하세요. 그 분홍색 검은색 토끼 캐릭터 더 구매하시면 이제 창고에 넣겠습니다. 알겠습니까?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 시체가 있는데 아무래도 룸메이트가 죽인 것 같아서 곤란해 (제목 왜 이래?)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