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나오이 슌타로는 말 없이 자신의 옆에서 바이크를 끌고 있는 누군가를 힐끔 보았다. 자신도 고글을 쓴 채라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지만, 그 사람은 다른 방면으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본 뒤에 다른 곳을 봤는데도 머릿속에서 그 표정이라던가, 생김새라던가 전부 지워져버리고 말았다. 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는 것만이 기억 속에 남아있을 뿐. 그것조차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무뎌져 ‘방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하면서 복기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그래, 하야시 군? 오늘은 다른 길로 가자니까? 여긴 위험해.”
빙글빙글 웃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은 자신더러 ‘절대자 A’라 불러달라고 했다. 뭐야 그게, 우리 엄마가 지은 채팅 이름보다 더 이상하고.
“유키에 생각 하는 중?”
“아니거든요!”
“아, 드디어 대답해줬네.”
낄낄 웃으며 그를 놀리는 것이 분명하던 절대자 A는 어느 새 휴대폰을 든 채 전화번호부를 살피고 있었다. 방금 끌고 있던 바이크는 어디 갔지? 뭐, 저 사람이 이런 식으로 혼란스럽게 굴 때는 많았으니까. 슌타로의 머리로는 이 세상에 증명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대표적으로는 목 없는 바이크라던가. 두 번째로 신분세탁해주는 세탁소랑, 세 번째로 여기 눈 앞에 있는 절대자 A가 보여주는 기상천외하고 묘한 행동 같은…
삐리릭, 하고 그의 전화벨이 울렸다. “유키에는 아니고 타츠야네.” “네?!” 허겁지겁 화면을 확인해보니 아니나다를까, 타츠야의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찍혀 있어 그를 흘겨보았다. 절대자 A는 ‘난 훔쳐 본 적 없는데? 그냥 아는 거지.’ 하며 얼른 받기나 하라는 듯 그를 향해 손짓했다.
“어어, 타츠야…. 이 밤중에 무슨 일이야?”
“ … … … ”
“어?! 사고? 아니, 이 쪽은 아닌데… 3쵸메 골목? 근처를 지나고 있긴 한데, 뭐—”
끼이익—!!
소름끼치는 소리가 스피커 너머에서 귀를 긁었다. 슌타로의 옆을 순식간에 지나간 것은 화물차의 파편. 펑! 하고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후끈한 열기가 그를 덮치고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사고가 난 화물차가 한 대. 아슬아슬하게 자신의 앞에 직면하여 쓰러져 있었다.
그의 옆을 절대자 A가 가벼이 뒷짐을 진 채로 지켰다.
“여긴 위험하다고 했지?”
코 끝을 톡, 하고 건드리는 손가락이 차가웠다.
“그래도 내가 한 번은 지켰어. 일부러 멈추게 해 줬잖아.”
슌타로는 타츠야가 소리를 지르고 있는 휴대폰을 꾹 쥔 채로 112가 몇 번인지를 떠올려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