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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바보입니까? m9^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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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소리가 울렸다. 교과서에나 들릴 법한 아주 단조로운 알림음. 1번, 2번, 3번… 4번째가 들릴 때 즈음이 되어서야 누군가의 급하게 걷는 소리가 방 안쪽에서 들려왔다. 쿠당탕!  하고 넘어지는 소리를 곁들인 것 같기도 하고. 벌컥 열린 문고리를 잡고 있었던 자는 새집처럼 중구난방한 제 머리를 한 손으로 정리하며 수화기를 들었다.

 

“예, 예. 하나부사입니다.”

[늦었네? 방금 일어났나?]

“지금 새벽 4시입니다, □□ 씨….”

 

꼭 탓하는 듯한 볼멘소리를 뱉으면서도 ‘하나부사’는 입가에 미소를 띄었다. 그와 대화하는 것이 그리 나쁘진 않았던 모양이었다. 수화기 너머의 인물은 사과와 함께 안부를 전하고, 간단한 질문을 남겼다. 밥은 잘 먹고 다녀? 지금 다니는 곳은 어떻고? 친구들은 좀 사귀었어? 하나부사는 전화선을 검지로 잡아 꼬며 느릿하게 답했다. 예, 그럼요. 나쁘지 않습니다. 다들 저한테 잘 해주시고요.

 

[그래, 그럼 25일에 또 보는 걸로.]

“알겠습니다. 그 때 방문할게요.”

 

달칵, 수화기를 놓은 하나부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수화기에서 손을 떼지 않은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본다. 바짝 깎아 누군가를 긁지도 못할 만큼 닳아 있는 손톱. 여기저기 나 있는 생채기. 그러나 대수롭잖게 넘어간다. 그가 보고 있던 것은 손가락 너머, 전화기의 발신자 화면이었으니까.

 

「◇◇지국 △△△연구소」

그는 그 활자를 지문으로 느릿하게 짚었다.

점차 모르는 습관이 늘어가고 있다. 늦잠을 잔다던가, 잠버릇이 심해진다던가, 잠결에 소리를 듣는 것이 힘들어진다던가, 전화선을 꼬는 건 누구의 습관일까. 글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부터인가. 사회에 나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많은 사회의 지식을 습관으로 욱여넣었다. 주삿바늘 끝에 담긴 것은 척수를 훑으며 자신을 이루었고, 모르는 것들을 하나씩 알게 해 주었다.

 

내가 □□ 씨를 좋아했던가?

짧은 의문이 든다. 그를 그리 좋아하진 않았다. 그러나 왜 그와 대화할 때 웃음이 났던가. 그런 의문을 품고 나면 으레 도달할 수 있는 결론이 있기 마련이다. 그 연구소에서 또 하나가 없어졌군.

 

하나부사는 제법 흡수율이 좋은 이였다.

그게 타인의 뇌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