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잉—, 딸깍,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평소와 같은 소리들. 일상적인 소음. 그리고 어제의 여파로 인한 근육통.
각인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하나부사 쥰은 번뇌한다.
‘곤란해….’
곤란하다는 말인즉슨, 별 건 아니다. 그는 회사의 모니터에서 OO의 사이트를 열어 둔 채,
의자의 등받이에 기대었다. 전부 다 쓴 글의 마지막 온점 끝, 커서만이 깜빡이고 있었다. _|
‘전부 회수하는 게 가능한가?’ 딸깍, 딸깍, 딸깍.
문제는 암호라는 게 적힌 펜이다. 자신이 유통했던, 퍼뜨렸던. 그게 몇 개인지나 알고 있는 건가. 그건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몇 년에 걸쳐 거의 습관이라 여겨도 좋을 만큼 많은 것들을 각인했다. 그 중 불량품들을 기억한다.
‘불가능하다.’
지이잉—, 드르륵.
평범한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 것들을 억지로 빼앗거나 회수하는 건 오히려 의심만 가중되는 법이다. 그는 아무래도, 제 이름에 빨간 줄이 그이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대로 두다간 또 사용할 테고.’ 퍽! ……위이이잉… 삐—삐—
“….”
불량품 하나가 더 생산되었다.
하나부사 쥰은 기계에서 펜을 꺼내어, 탄내가 나는 양산형 만년필 하나를 살폈다.
“…이케부쿠로.”
대금. 11월 중순. 한달 전. ……….
그는 이전에 각인했던 단어들을 조합한다. 그들이 말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정보가 조금 더 필요하다.
“회수할 수 없으면…”
그는 완성된 펜을 두는 자리에 불량품을 집어넣었다.
딸깍, 드르륵. 드르륵.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고민하다가… 딸깍.
커서는 작성 버튼을 누른다.
“…덮어씌워버릴까.”
정보 오염은 OO 사람들의 특기니까.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