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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바보입니까? m9^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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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시작했던 건 추격전의 날 저녁이었다. 하나부사 쥰은 법인카드를 긁으며 5만엔 어치 전골을 결제—이후 상사에게 이게 무슨 내역이냐며 추궁을 들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쪽 회식은 늘 그 정도 나왔기에 잘 넘어갔다. 알 게 뭔가. 나도 그 정도 먹을 권리는 있었다—했고, 술이 들어가니 조금은 취할 수 밖에 없었다. 붕 뜨는 기분. 그리고 여전히 뛰고 있는 심장.

 

알코올 때문인가, 아니라면 처한 상황 때문인가. 야쿠자라니, 그런 자들과 엮일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을 느릿하게 끔뻑이다가 그는 어떠한 시뮬레이션을 거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물건을 수입하는 회사이지, 각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아니다. 그저 그 파트를 자신이 혼자 전부 도맡아 하고 있을 뿐. 그렇기에 온전히 자신만의 영역이었고, 책임도 자신밖에 질 수 없었다.

 

그들이 출처와 함께 뒤를 캐기 시작하면 자신의 존재는 곧바로 드러날 것이다. 펜의 유통사는 이 디지털 시대에 조금만 검색해도 나오고, 회사에 찾아오기만 하면 그 담당이 누구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테니까. 혹여나 그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고 착각하게 되거나, 한다면 새우등이 터지는 결말밖에 남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이것은 최악의 상정이다. 그럴 일은 전혀 없고, 솔직히 말하자면 운의 영역이 아닌가? 하지만 하나부사 쥰은 이미 악운을 한 번 경험하고 말았다. 이 다음 악운이 없을 것이라 여길 수 있는가?

 

아니, 절대로.

 

그는 대비를 하기로 했다. 싹을 끊어내기로 했다. 자신의 기록을 완전히 말소—이것은 조금 더 긴 이야기가 필요할 테니, 다음 기회에—시키기에는 부적절했다. 그렇게까지 하기엔 위험요소가 컸고. 따라서 그는—돈을 이용하기로 했다. 회사의 돈은 안 된다. 자신이 직접 굴릴 수 있는 재산이 필요했다.

 

“재산이 없으면 빌려드리겠습니다. 무이자는 아니고요.”

 

언제 했던 이야기더라? 아아, 그래. 채팅의 닉네임이 풀린 날 저녁 즈음이었다. 그 날은 다 같이 라멘을 먹고, 권하는 술을 들이킨 덕에 또 취해 있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왠지 모르게 말을 걸었다. 처음에는 그저 물어보기만 할 요량이었다.

 

“…대부업 같은 것도 하십니까?”

“아뇨, 저희는 그런 거 안 합니다. …대신 개인적으로는 가끔 빌려주기도 하죠.”

“….”

“신용이 확실한 사람들에게만요.”

 

모아둔 돈은 꽤 있는데, 돈이 필요한가요? 그의 물음에는 고개를 저었다. 과장의 직책이란 제법 괜찮은 벌이였고, 벌써 20년이나 근속했다. 1인 가구로 살기에는 넘쳐나는 돈이 있었다는 말이다.

 

“……얼마까지 됩니까?”

 

하지만 궁금했다. 허용치가 어디까지인지를. 그리고,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적당한 액수를. 자신의 앞에 있던 이자요이 유우마는 손님을 보는 듯한 직업적인 미소를 지었다.

 

“800만엔 부터 시작해볼까요?”

 

하나부사 쥰은 어느 새 휴대폰을 꺼내들어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알코올로 인해 흐릿하던 눈빛이 제법 돌아와 있었고, 그는 자신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중도 상환의 기간은 상관 없는 거겠죠.”

“개인으로 빌려주는 거니까요. 네, 상관없습니다.”

 

단정짓는 듯한 물음에 ‘다만 이자가 보통 은행보다는 조금 높을수도 있겠네요.’라며, 천연덕스럽게 이어지는 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쥰은 느릿하게 눈을 끔뻑였다. 되도록이면 빨리 수습하고 싶거든요. 그의 뇌리에 스치는 것은— “얼마 전의 그 사건 때문인가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술기운은 완전히 가셨다. 그리고 마음을 결정짓자, 입이 뚫린 듯 열린다.

 

“회사의 자금을 더 늘릴 수야 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최대한 짧은 기간을 잡아서…”

 

그리고 나면 들리는 한숨. “그걸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서는, 필요하다면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유우마는 잘 보이지 않던 유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과의 계약은 그에게 있어 이득만 가져오곤 하는 데다가, 그의 신원까지 보장해주고 있어 도망치기도 쉽지 않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내일 중으로 계약서를 준비해가도록 하죠. 대출 기간은 얼마 정도로 하면 되겠습니까?”

“기간은… 한달 반.”

 

그가 바라본 모바일 달력에는 스케쥴이 빼곡하게 들이차 있었다. 전부 회사의 일이었다. 이 날은 회의, 저 날은 또 접대, 그 다음에는 계약. 따내고 나면 다시 접대. 바깥에 나와서 영업. 출장. 회의. 접대. 서류 정리. 인력 확인. 유통사 점검.

 

“그럼 내일 중으로 계약서를 준비해가도록 하죠.”

 

참으로 천편일률적인 일처리였다.

나른한 오후. 이케부쿠로의 서쪽 출구 공원은 여전히 한산했다. 스티커 판 마냥 자리가 남아있기라도 한듯 사람들은 구역의 한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주인보다 먼저 찾아온 회사원이 한 명. 하나부사 쥰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시기가 적절했던지, 마침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품을 뒤적이다 꺼내든 것은 익숙한 담배. 그는 당연스럽게 자신이 몇 주 동안 자리하던 곳에 도달하여 라이터를 꺼내고, 입을 열었다.

 

“우연이네요, 마침 이 담배만 피우고 연락하려던 참인데.”

 

그의 같이 피우시겠습니까? 라는 물음에, 쥰은 금연을 결심했음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 직전의 긴장감과 같은 압박감이 조금씩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던 탓이었다.

 

“그 가방은 웬 겁니까?”

“그쪽의 대출 계약서입니다.”

 

서로의 신뢰를 보장하겠다는 이야기가 가벼운 잡담처럼 흘러나온다. 이후 주고받는 말도, 요즘 마약이 대량으로 발견됐다던데. 참 무서운 세상이 아닌가. 하는 주제들 뿐이라 그런지 쥰은 저도 모르게 필터를 씹었다.

 

“흉흉하네요.”

“하하.”

 

마약 거래를 하던 야쿠자가 들켜버렸다던가. 뉴스에서 한창 들끓던 칼부림 사건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고 나면 속이 꼬이기 시작했다. 빨아들이던 담배 연기가 목에 걸려 마른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서야, 그는 반틈 정도 남은 담배꽁초를 비벼 끈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

 

“…서류 작성은 근처에 있는 프라이빗 식당에서, 어떠십니까.”

“좋습니다. 제가 아는 식당이 있는데, 그 쪽으로 가실까요.”

 

 

-짧은 녹취록-

 

그런데 하나부사 씨, 예?

이 일은 그쪽 회사 임원들도 모두 알고 있습니까?

(걷는 소리가 이어진다.)

아무도…모릅니다.

알려고 하지도 않고요.

흐음… 그렇군요.

온전히 제가 수습해야 할 일이고,

(드륵, 문을 여는 소리.)

알려져도… 절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앉힐 것 같거든요.

(직원들이 인사하는 소리.) 

(다시 걸음소리.)

악순환이 될 바에는 미리 끊어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건 책임감인가요?

(“방은 이쪽입니다.”)

네. 책임을 질 건 확실하게 져야죠.

이름이 남아 있고, 직함이 걸려 있는데…

거기서 내뺀다면, 수습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본인 이외에는요.

성실하네요. 저희가 찾던 인재상인데,

이직을 할 생각은 없으시겠죠.

….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

(익숙하게 주문하는 목소리)

이 가게는 A코스가 제일 낫더군요. 멋대로 시켜 버렸는데, 괜찮죠?

…. 충분합니다.

혹시나 다른 이름으로 활동하고 싶다면 얘기해주세요. 도와드리죠.

(달그락거리는 소리. 종이 소리.)

……?



테이블 위는 깨끗했고, 그 위에 올라오는 것은 서류와 펜, 인주 등. 서류에는 목적과 기간, 금액… 일전에 이야기했던 것들을 채워넣을 수 있도록 공간이 분배되어 있었다. 똑같은 서류가 총 두 장. 건너편에 있던 자는 자신 또한 똑같이 적겠다며 바라본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양새.

 

“그리고 기간을 넘기면 이자율이 조금 오를 수도 있다는 건 감안해주시겠죠?”

 

근시일에 그의 웃음을 이렇게 많이 본 것도 드문 일이라, 심란하게 서류를 내려다본다. 이제 와서야 긴장이라도 된 건지 손가락의 관절을 잠시 주무르고, 펜을 쥔다. 익숙한 손동작이 어색하기만 하다.

 

하나씩, 정성스럽게 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한다. 기간은 윤달도 있어 보름을 설정하긴 어려우니 두 달로, 금액은 시작가인 800만. 그리고…… 목적 칸을 한동안 노려보다가, 조심스럽게 채워넣는다.

 

[계열사 도산]

 

유우마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서류에 사인의 획을 그었다.

이로 인해, 거래는 종료되었고, 일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