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특이한 인간들이 진을 치고 있는 이케부쿠로 속.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옷차림이다. 대표적으로는 코스프레라던가, 메이드복이라던가, 롤리타라던가, 인형탈이라던가. 예시를 들어보자면 당장 고개를 들어보기만 해도 많으니 이 정도만 하겠다. 최근에는 샛노란 색의 夜도 많아졌다지만 그 쪽은 번외라고 해 두도록 하자. 잘못 건드리면 큰일나는 조합이니 새겨듣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면 그 중에서 하나를 꼽아보도록 하겠다. 주말, 한산한 서쪽출구공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로 메이드복을 입은 사람 한 명이 지나간다. “아키잖아?” 누군가가 중얼거리듯 그녀의 이름을 말한다.
“아키 양을 알아보네요.”
그 옆에 있던 존재감 없는 남자는 기타 케이스를 고쳐 매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키라 불린 메이드복의 소녀가 자신을 알아본 사람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주곤 답했다.
“지난 번에 의뢰하셨던 주인님이세요. 모닝콜.”
“아아.”
그리고 빠르게 흥미를 거두었다.
그렇구나. 오늘도 일상이로구나.
이케부쿠로의 휴일이 흘러간다.
“C코드, D코드…. 예. 거기서 다시 반복. ”
“C, D, 반복… 좋아요.”
손가락이 현을 긁고, 현의 진동이 공기를 울린다. 울림통을 지난 화음이 바깥으로 밀려나온다. 평화로운 버스킹의 현장.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대며 그들을 구경하고, 뭘 하는지 뚫어져라 쳐다보는 어린 아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늘진 시야 너머로 코드를 짚고 있던 아키는 고개를 들어 기울이며 아이 쪽을 보았다. 그러더니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제안하는 게 아닌가.
“하나부사 씨. 지난 번에 가르쳐주신 동요, 쳐볼 테니까. 노래 불러주시겠어요?”
“네?”라고 반문할 새도 없이—하は행의 시작음을 짚기도 전에—반주는 이미 시작됐다. 왠지 모르게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 아이의 눈빛 하며. 간주가 지나가고 있는 음악에. 음, 모르겠다. 헛기침을 짧게 하고, 조심스럽게 음에 맞춰 불러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나게 급박한 순간이었다. 저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실망시켜줄 수는 없으니까.
한 곡을 겨우 완곡하고 나서야 아이는 박수를 짤각짤각 치며 펼쳐둔 기타 케이스 안으로 동전을 넣어주곤 제 보호자에게로 달려갔다. 왠지 모르게 식은땀이 한 줄기 흘렀다. 다행…인가? 잘 된 건가.
“…코드 짚는 게 많이 능숙해지셨군요.”
“다음에는 앙팡맨 오프닝을 도전해볼까봐요.”
음. 곤란하다. 그건 가사를 잘 모르는데.
어쩐지 숙제가 늘어난 기분이다. 하나부사 쥰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공부해야겠군.